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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와이프의 일상와인 - 비빔밥화이트
비빔밥화이트의 페어링 포인트는 초고추장에 있다. 식초와 고추장, 물엿이 조합된 초고추장이 비빔밥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진 이영지]
오늘 소개하는 비빔밥화이트는 비빔밥에 특화된 와인이다. ‘백반화이트’와는 다르다. 백반화이트가 밥과 반찬을 두루 아우르는 포괄적인 와인이면, 비빔밥화이트는 비빔밥 한 음식에 초。을 맞춘 와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빔밥화이트의 페어링 포인트도 소스에 있다.
비빔밥 살리는 마법 소스
위키드 와이프 이영지. [사진 이영지]
내 첫 직장은 와인 전문지였다. 어느 해 겨울, 편집장이 지령을 내렸다.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과 와인 궁합’. 이 주제로 각자 에세이를 써오라고 했다. 선배 기자들의 에세이를 넘겨보다가 비빔밥과 화이트 와인의 궁합을 다룬 글에서 멈춰 섰다. 밥이랑 와인을?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선배의 에세이에 따르면 페어링 포인트는 밥이 아니라 초고추장이었다. 새콤한 식초와 매콤한 고추장, 달콤한 물엿의 조합인 초고추장으로 모든 재료를 한데 섞어 비벼야 비빔밥도 살고 와인이 더 청량해진다고 선배는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호기심도 많았지만 의심도 많았다. 선배 에세이에 나오는 화이트 와인을 구해 직접 시험하기로 했다. 집에서 뚝딱 비빔밥을 만들었다. 튜브형 초고추장을 짜서 넣고,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화이트 와인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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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고추장 묻은 밥 한 숟가락을 먼저 입에 넣고, 화이트 와인 한 모금을 흘려 넣었다. 초고추장의 신맛은 바로 달큼해졌고, 매운맛도 이내 사그라들었다. 입안이 좀 달아졌나 싶은 순간에 와인의 쨍한 산도가 심심한 나물을 휘어잡으며 감칠맛을 확 끌어올렸다.
생전 처음 경험한 비빔밥화이트는 맛있다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숨 쉴 틈을 안 주는 페어링이었다. 비빔밥화이트의 정체는 독일 모젤(Mosel) 지역의 화이트 와인 리슬링(Riesling)이었다.
쨍한 산도 ‘화이트 와인의 왕’
리슬링에는 별명이 있다. 영국의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이 지어준 ‘화이트 와인의 왕’이다. 별명은 근사하지만 배경은 숙연하다.
리슬링의 고향은 독일 남서부 모젤강가의 가파른 비탈이다. 이곳에서는 사람이 몸에 밧줄을 묶고 칼바람을 맞으며 포도를 수확한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리슬링은 복합적이고 미묘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두루 발산한다. 특유의 귀족적인 느낌 때문에 왕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실제로 리슬링의 일부 올드 빈티지는 초고가 프리미엄 와인으로 통한다.
리슬링은 시큼하고 달큰하다. 리슬링이 자라는 모젤 계곡은 추운 지역이다. 한여름 밤에도 냉기가 돈다. 이렇게 추운 계곡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뿌리가 수십m 암반까지 파고든다. 그 깊은 곳에서 광물 성분을 흡수해 포도가 몸서리칠 만큼 쨍한 산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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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독일 와인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더해진다. 독일에서는 포도가 스스로 만든 천연당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와인으로 인정받는다. 법이 그렇다.
새콤달콤한 독일의 화이트 와인이 새콤달콤한 한국의 초고추장을 만나 서로 ‘으?으?’ 해주는 게 비빔밥화이트의 포인트다. 그래서 리슬링은 비빔밥 말고도 초고추장이 들어간 한국 음식, 이를테면 회무침이나 쫄면, 물회하고도 잘 어울린다. 마트에서 파는 비빔면하고도 사이가 좋다.
비행기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나오면 리슬링을 함께 주문하길 권한다. 유럽 노선 항공은 대부분 리슬링을 구비하고 있다.
이영지 와인 페어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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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와이프(Wicked Wife)’로 활동 중인 와인 페어링 전문가 이영지씨가 떡볶이·순대·치킨처럼 우리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쉽고 발랄한 문장으로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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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포괄적인 와인이